“뭔가 하기엔 피곤하고, 아무것도 안 하긴 아쉬운 밤”
“뭔가 하기엔 피곤하고, 아무것도 안 하긴 아쉬운 밤”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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그냥 집에 들어가기 싫었다
퇴근이 빨랐던 건 아니었는데,
그렇다고 늦은 것도 아니었다.
이상하게 몸보다 마음이 지쳐 있었다.
집에 가면 더 피곤해질 것 같았다.
그래서 괜히 돌아다녔다.
누군가를 만나기엔 에너지가 없었다
전화할 사람 몇은 떠올랐지만
딱히 이야기 나누고 싶은 기분은 아니었다.
얘기보다는 그냥,
조용히 같이 있어줄 공간이 필요한 날이었다.
그럴 땐 시끄러운 데보다
차라리 혼자 있는 쪽이 낫다.
조용한 공간이 생각났다
예전에도 이런 날이 있었다.
그때 들렀던 한 곳이 문득 떠올랐다.
불필요한 인사 없이도
알아서 준비가 되어 있던 곳.
오늘은 딱 그 정도면 됐다.
굳이 노래 안 해도 괜찮은 분위기
문 열고 들어갔을 땐
노래를 부를 생각은 없었다.
그냥 음악만 듣고 나올 생각이었는데,
몇 곡을 고르고 있는 나를 보게 됐다.
그만큼 음향이 편안했고,
룸 분위기도 정갈했다.
누군가 옆에 있는 듯, 아닌 듯
매니저가 있었지만
내 시간을 방해하진 않았다.
초이스가 가능하단 말에
한 명을 선택했을 뿐인데,
그 한 명의 거리감이
지금 내 감정선에 잘 맞아떨어졌다.
혼자일 수 있는 공간이 필요했던 것뿐
어쩌면 이 공간은
혼자 있기에 더 적당한 곳일 수도 있다.
무언가를 해야 하는 분위기가 아니라서
오히려 몸과 마음이 천천히 따라왔다.
그게 오늘 필요했던 전부였다.